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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우리나라 겨울날씨는 삼한사온으로 대표된다. 매서운 칼바람도 3일만 견디면 온화한 4일의 날씨가 웅크린 어깨를 펴게 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영 제멋대로다. 지난해 11월 중순까지도 낮에는 영상 20℃ 가까운 지나치게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하룻밤 사이 10~20℃까지 떨어지는 롤러코스터급 기온변화로 널을 뛰었다. 강추위가 2주간 이어져 곳곳이 꽁꽁 얼어붙었고, 크리스마스 무렵 제주도와 서해안 지역에서는 폭설로 인해 비행기와 차량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겨울이 오면 꼭 챙겨야할 것이 동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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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3.01.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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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어느 날 갑자기, 귀농하는 부모를 따라 시골살이를 시작했다가 대학생이 되어 다시 서울살이를 시작한 청년 H의 이야기다. 알바와 공부에 ‘쪼들리며’사는 H는 문득 시골살이의 풍요로움과 서울생활을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서울에 살면서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선택의 조건은 편리함이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까지 걸어서 몇 분이 걸리는지, 새벽 배송이 되는 지역인지, 동네라는 친숙한 이름이 아닌, 지하철 역세권인지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듣는다. 맛있는 가정식 백반집이 있는지, 여가시간을 보낼 공원이나 또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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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2.12.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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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인턴쉽 프로그램으로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20대 초반 조카가 11월 첫 주 내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걱정 어린 인사를 들었다고 한다. “괜찮니? 마음이 힘들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렴”, “충격이 크지? 혼자 있기 힘들면 같이 있어줄게”, “좀 쉬는 게 어때? 휴가 신청하겠니?” 등의 인사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단다. 지구 반 바퀴 떨어진 곳에 있는 내가 걱정어린 인사를 들어도 되나 싶어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멀리 떨어진 자신에게도 닿아있을지 모를 인연의 끈들과 같은 세대로 공명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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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2.11.1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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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우리가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 ‘60+ 기후행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에 나선 이들의 자기고백이다. 60대 이상의 노년들이 참여해서 미래세대를 위한 반성을 하고 생태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의 생태적 전환에 함께 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인생전환 녹색전환’을 모토로 2022년 1월 19일 출범한 이후 9월 말까지 벌써 7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 성장이 유일한 답인 줄 알았고, 아파트와 공장 짓는 것을 발전으로 여기며 살아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잃은 게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기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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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2.10.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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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였다.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진 물폭탄에 그토록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을까. 2022년 대한민국의 참담한 수해현장. 사망·실종자가 20여 명에 이르는 인명 피해와 가스와 전기, 수도가 끊기고 4,000여 건의 건물, 도로 침수와 10여 건에 이르는 산사태 재난은 날씨만 문제인 걸까. 법인절 기도로 모아야 할 마음을 계속 흩뜨리는 질문이다.이미 올 상반기에만 전 세계에서 기후재난으로 4,300명이 사망하고 재산 손실도 85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7월 내내 40도를 넘나드는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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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2.08.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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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하루의 시작에 커피 한 잔이 빠지는 날이 드물다. 힘주어 핸드밀을 돌려 커피 원두를 갈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가며 진한 커피를 손으로 내리는 수고로움은 양보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노동을 줄여줄 전동 원두 그라인더를 마다하고 향을 맡아가며 내 손으로 원두를 갈고, 드립을 하는 내 손이 참 쓸모 있게 보이는 시간이기도 하다.사람을 분류하는 학명 중에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있다. 최초로 도구를 사용한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다 한 단계 발전해 석기는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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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2.07.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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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환경연대는 매년 1월에 한 해를 결산하고 또 다른 한 해를 준비하는 총회를 연다. 총회에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는 숫자를 넣어 그해 활동의 목표를 정한다. 3년 전, 원불교환경연대가 아홉 살이 되는 해의 목표가 ‘지구(9)하자’였다. 우리가 지구의 입장이 되어보고,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는 활동을 하자는 의미였다. 마침 그레타 툰베리라는 작은 소녀가 혜성처럼 나타나 글로벌 기후행동이 들불처럼 번져가던 때여서 ‘지구를 구하자’는 거대한 명제를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그러나 지구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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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2.06.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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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봄 축제의 대명사가 된 벚꽃의 꽃말이 청소년들 사이에선 ‘중간고사’로 통한다고 한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면 학생들은 중간고사를 치르느라 꽃놀이는 언감생심. 봄조차 빼앗긴 청년들을 위로하듯 초록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한 거리를 다시 하얗게 물들이는 이팝나무가 한창이다. 거리 양옆에 길게 늘어선 가로수의 맏형은 플라타너스로 알려진 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였다. 여름 풍경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 매미소리’와 가을을 상징하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하나둘 이팝나무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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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2.05.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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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시한부 유방암 환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였던 제인 톰린슨. 병원에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오히려 활동적인 삶으로 암환자를 위한 기금 모으기 행사를 시작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아픈 몸으로 철인 3종 경기와 풀코스 마라톤, 그리고 63일간 약 6,760㎞에 달하는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는 도전 등을 통해 약 35억원을 모금했다. 미국횡단 도중에 몸 상태가 악화돼 걷기 힘든 상태가 됐지만 그녀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병원에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지 만 6년이 된 다음날 목적지인 뉴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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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2.04.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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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2월의 끝자락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쟁의 공포와 참상에 더해 끔찍한 기억을 소환한다.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1986년 4월 사고 이후 여전히 방사능을 뿜어내고 있는 죽음의 땅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러시아군이 무력으로 점령했다는 뉴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 뒤에 원전이 안전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제임스 액튼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핵 정책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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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2.03.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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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기후위기로 전 세계가 근심과 두려움에 싸여있는데 ‘두려움을 모르는 도시(fearless cities)’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있다. 시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선언하고 함께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관광수입 의존이 높은 암스테르담에서 에어비앤비 영업일수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학교 급식에서 제외하는 조례를 만든 도시도 있다. 처음 이 운동을 시작한 바르셀로나는 시민들이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2020년 1월 15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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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사무처장
2022.02.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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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허승규 대표] MZ세대들이 종교를 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세대들이 실존적으로 고민하는 문제에 기성 종교들이 해답을 못 주기 때문이다. 결혼, 취업, 성평등과 같은 문제들에 있어서 기성 종교는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 낙태죄 폐지나 성소수자 쟁점에서 일부 기성 종교인들은 문제의 핵심을 전혀 못 짚고 종교적 아집에 갇혀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다가올 시대를 내다보고 교법을 펼쳤다. 원불교가 시대를 선도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최소한 뒤처지진 않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일부 기성 종교의 행태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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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규 대표
2021.12.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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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해은 운영위원]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의 하루, 영동의 시골길을 걸었다. 가볍게 산책하듯, 그러나 마음은 ‘차별금지법이 올해는 반드시 제정되도록 해달라’는 간절한 서원을 안고 20㎞의 길을 걸었다.우리나라 헌법 11조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있다. 이 조항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차별금지법, 평등법 따위를 만들자는 논의는 애초에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차별금지법안은 2007년에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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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은 운영위원
2021.11.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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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조은혜 교도]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나는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우리나라에서는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럽에서는 16세기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한 말로 전해지고 있다. 처음 등장한 것은 독일 나치즘에 저항하던 목회자들이 만든 ‘고백교회’ 비밀신문이다. 나치의 탄압으로 암담한 현실이지만 진리(신)에 대한 믿음을 지키며 용기를 잃지 말자는 격려와 다짐의 글에 인용된 것이었다. 수백 년 전 격언으로 사용된 이 말을 매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주 월요일, 꼬박 9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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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교도
2021.10.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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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송원근 교무] “오늘 교당 회계 보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달도 전기세는 없습니다. 그래도 에어컨을 잘 틀고 여름을 시원하게 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교당은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냉난방 보일러 장치를 통해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도 끄떡없습니다.” 먼 미래의 교당 모습 같지만, 곧 탄생할 에너지 자립교당의 모습이다. 어떻게 에너지 자립교당(RE100 교당)이 가능할까. 원불교 환경연대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는 요즘 ‘RE100 원불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RE100 원불교’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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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근 교무
2021.09.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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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강현욱 교무] 과학적 방법론에 기초한 ‘합리성’과 내 삶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인식을 통해 전 근대의 ‘주술’이 깨어지고 근대라는 시대가 열렸지만 한계는 있었다. 계급은 사라졌지만 자연과학을 통해 알게 된 약육강식이라는 자연 일부의 모습을 인간 사회에 적용하며 힘 있는 자의 무한한 ‘자기 결정권’이 합리화된 것이다.백인이 흑인을, 남성이 여성을, 어른이 아이를 통제, 지배했고, 자본가가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사용했다. 보호되어야 할 아동들조차 노동 전선에서 착취됐다. 강대국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정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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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욱 교무
2021.08.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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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강현욱 교무] 전 근대의 상징인 계급 사회를 무너뜨리고 근대의 상징인 국민 국가로 들어 선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를 논하는 시대에 다시 근대를 논하는 이유는 ‘교단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오래되어 왔지만 쉽게 새로운 길을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의 문화가 근대에 탄생했던 106년 전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가’ 하기 때문이다.근대로 넘어가며 우리 사회는 계급 사회에서 국민국가 사회로 변화됐다. 그렇다면 종교는 어떠한 변화를 겪었을까.역사학자 오인영 교수는 근대의 특징을 ‘주술’의 세계에서 벗어나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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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욱 교무
2021.07.0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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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추도엽 교무] 지난 5월 25일, 성주성지 소성리 진밭교 평화교당에서는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 주관으로 재가출가 교도와 평화 활동가, 마을 주민 등 100여 명이 모여 평화기도를 올렸다. 6년 전 처음 불법적으로 사드가 밀고 들어올 때 그 길을 막으려 맨바닥에 주저앉아 독경하며 평화를 노래하던 그 자리에 천막으로 지은 교당이 바로 진밭교 평화교당이다.그 후 진밭교 평화교당에서는 매일 평화 기도가 이어진다. 원불교 기도식, 천주교 미사, 기독교 예배가 같은 자리에서 이뤄지며 모두 한마음으로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한다.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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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엽 교무
2021.06.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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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박동찬]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이 연이어 발표되자 얼어붙은 한반도에도 끝끝내 봄이 오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3년이 흐르고 완전히 경색된 남북관계는 평화로 향하는 노정의 지난함을 말해준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출범,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 등 외부 변수를 통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한반도의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와 독일 통일의 경험을 참조했을 때 주변국의 지지가 전제되지 않는 한 평화 성취가 난망한 것도 사실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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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찬
2021.05.1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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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해은 교도] 며칠 전 부산의 신라대학교를 다녀왔다. 학교 안팎을 청소하던 수십 명의 청소노동자들이 해고돼 그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고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농성을 하고 있었다. 벚꽃잎이 비처럼 흩날리는 아름다운 교정에서 사람들이 페트병을 두들기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절규하고 있었다. 아름답고도 슬픈 장면이었다.출산율이 떨어져 학생 수가 줄고 있으니 청소노동자들을 없애고 그 경비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를 해고한 즈음에 이사들과 관리직들은 급여를 더 올렸다. 힘없는 청소노동자들은 밥줄이 끊겨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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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은 교도
2021.04.15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