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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 린든 존슨 대통령이 아폴로 11호 발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을 때 일화다. 그의 눈에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바닥을 닦고있는 청소부가 보였다. “무슨 일을 하는데 그렇게 즐겁습니까?” 대통령이 묻자 청소부는 답했다.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최선을 다해 공헌하는 청소부의 마음가짐은 인간이 달에 착륙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원불교에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 하루는 소태산 대종사가 중앙총부를 청소하던 제자에게 물었다. “너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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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아 기자
2023.01.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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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간간이 ‘겨울 맞나’ 싶게 포근하던 기온은 그날 마침 뚝 떨어진다고 했다. 제법 추운, 그리고 추울 날씨였다.채비를 단단히 했다. 옷을 두세 겹 껴입고, 조금이라도 발이 덜 시릴 구두를 찾아 신고, 평소 잘 쓰지 않는 장갑과 핫팩을 챙긴다. 혹 필요할 누군가를 위해 핫팩 두어 개를 가방에 더 넣는다. 1월 1일 새벽 다섯 시 중앙총부 타종식 취재에 나서는 길은 그렇게 제법 ‘단단히’ 중무장이었다.조금 이르게 나섰다고 생각한 길, 하지만 이미 원음각 주변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또 한 해를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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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해 기자
2023.01.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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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이번 월드컵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팀들을 만났음에도 16강에 진출하며 온 국민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 상대 전적을 비교해 봐도 어려운 팀들이었고, 그런 이들을 상대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줌에 모든 국민이 더욱 감동했을 것이다. 이를 지켜보며 ‘우리나라 선수들이 16강을 이뤄내기까지 얼마나 힘든 노력이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렇게 노력하는 태극전사들의 수고를 모르는 듯 본선 기간 동안 그들에게 향하던 일부 악플들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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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3.01.0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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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교당 단체톡이 울린다. 이어지는 단장님의 전화. 강추위에 눈이 내려 시골 곳곳이 빙판길. 차량운행도, 보행도 염려스러워 교당 법회를 가정법회로 전환한다는 긴급 안내다. 시골교당에서는 연세 많으신 교도님들의 겨울철 보행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니, 긴 공지글에 안전 당부와 염려스러움이 가득 담겨있다. 세밑 한파다. 한 해의 끝자락을 하얗게 덮는 눈(雪), 차도 사람도 잠깐 멈추게 한다. 덕분에 마음도 멈추고 챙겨보는 시간이 주어진다. 임인년 한해, 개인적으로 마음 안에 새겨보는 올해의 키워드는 ‘각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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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원 기자
2022.12.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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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20년만에 대학시절 교무님을 만났다. “원숙회(원불교 숙명여대 교우회) 애들은 잘 지내냐, 서대연(서울교구 대학생 연합회) 애들과는 연락하냐.” 나는 풍문으로 들은 취업, 결혼, 이민 소식 등등을 전했다. 교무님은 또 물었다. “취재 다니면서 서대연 애들은 좀 보남?” “아아~, 아니요.” 그러고보니 다 어디갔지? 원숙회 99학번인 나는 서대연 마지막 전성기를 누렸다. 1999년 5월 서대연 신입생 엠티, 선배들은 30명도 넘는 새내기들을 먹이느라 밤새 파전을 부쳤다. 농촌보은활동(농활)으로 군서교당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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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2.12.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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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원기28년(1943) 열반한 소태산 대종사의 장의행렬 거리는 현재 신용동 중앙총부부터 신흥동 장자산 공동묘지까지 약 7.5㎞다. 지금도 하루에 7㎞ 이상을 걷기 쉽지 않은데 영양섭취도, 신체조건도, 인프라도 부족했던 그 시절 우리 선진들은 소태산 대종사의 상여를 메고 그 길을 걸었다. 단 두 번 주어진 쉬는 시간, 상여는 땅에 내려와서는 안 됐기에 선진들은 상여를 멘 채로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그 노고를 감히 짐작할 수 없다.소태산 대종사는 그 당시 사람들보다 체구가 컸고, 체중 역시 많이 나갔기에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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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천 기자
2022.12.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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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 오른 BTS 정국의 공연이 연일 화제다. ‘우리는 꿈꾸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이뤄낼 거야 왜냐면 우리는 믿으니까.’ 노래에 담긴 응원의 메시지가 전 세계인들의 긴장한 마음을 녹인 덕분이다.응원은 각종 SNS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다. 특히 젊은 세대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드라마 ‘치얼업’ 속 응원전 영상이 연일 뜨겁게 업로드 된다. 연세대와 고려대 응원단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 드라마보다 드라마 속 응원전만 따로 모아놓은 클립영상의 조회수가 더 높다. 동영상 아래 ‘저렇게 응원해 주면 진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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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아 기자
2022.12.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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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추워진 새벽, 한 교도가 어느 떡방앗간 앞에 줄을 섰다. 소위 말하는 ‘오픈런’을 위해서다. 최근 익산에서 핫하다는 ‘찹쌀떡’ 때문이다.오전 9시부터 영업이 시작되지만 한정 수량만 팔기 때문에 새벽 4~5시는 물론이고, 새벽 1시 30분에 나가도 스무 번째쯤 된다고 했다. 부산, 울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고, 텐트를 치는 이도 있단다. 그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첫 오픈런에 나선 건 새벽 다섯 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매장이 문을 열 때까지 남은 시간은 네 시간여. 그때 뒤에 선 두 아가씨가 의자 하나를 내밀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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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해 기자
2022.11.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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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요즘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이 ‘교화가 위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교단에 청소년과 청년세대는 줄고 반면 교도들은 고령화 되고 있으며, 고령화된 교도마저도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이 교화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좀처럼 늘지 않는 청년세대 교화를 어떻게 살릴까, 청소년교화는 어떤 방안을 세워야 하나 등의 고민을 하면서. 이런 현상이 심각한 위기임은 분명하다. 지금이 지속된다면 교도수가 현저히 줄어들게 되고, 또한 출가교역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교세가 급격히 약해질 것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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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2.11.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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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자연이 주는 위안이 크다. 가을 햇살도, 하늘도, 바람도, 나뭇잎도, 시선 두는 모든 곳에서 쉼을 얻는 가을, 생각이 머문다. 십여 년 넘게 교단 언론사에 몸담아오면서 교화현장 곳곳에서 만난 재가출가 교도들. 코끝 찡하게 마음 울려줬던 이들 취재원이 나에게는 인생의 스승이자 닮고 싶은 생불이다.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정갈한 모습으로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교전을 사경하는 소녀 같은 교도는 지금도 나의 롤모델이다. 한 칸 방 가장 좋은 자리에 일원상을 모셔두고, 조석으로 일 분도 틀림없이 염불 독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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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원 기자
2022.10.3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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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교화해 보려던 아랫집 쌍둥이네가 교회에 나간단다. 어린이 영어예배 때문이랬다. 초등학생이 되면 영어예배반에 들어갈 수 있는데, 미리 출석을 쌓아야 한다는 거다. 프로그램은 간단하다. 성경 동화 영상을 보고, 성경 구절을 풀어주고, 영어찬양이나 낱말게임을 하며 논다. 그러는 동안 부모는 부모모임에 참여한다. 분반테스트의 공공연한 가산점은 두 경우다. 온 가족이 교회에 나오는가, 그리고 집이 얼마나 가까운가. 코로나19 상황이 무색하게, 영어예배에는 아이들이 줄을 선다. 30~40대 잠자는 교도 격인 ‘집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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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2.10.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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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신문사에 부임하고 카메라를 제대로 잡아보게 됐다. 교당에 근무할 때도 사진은 찍었지만, 사진을 공부하거나, 구도를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몇월 며칠에 무슨 일을 했다’는 기록용 사진만 행사 중간중간 찍어 봤을 뿐이다. 하지만 신문사에 와서 보니 행사 기사에는 현장의 느낌을, 인물 기사에는 그 사람의 분위기를 담아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래서 매일 몇 컷이라도 사진 찍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카메라로 보는 세상이 눈으로 보는 세상과 다름을 체감하게 됐다. 빛과 그림자, 피사체의 위치, 색감 등으로 사진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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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천 기자
2022.10.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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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불교에서는 상시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해 신도들과 비신도들의 사찰방문 체험을 열어 놓았다. 특히 요가나 사찰요리, 또는 해당 사찰의 역사를 주제로 고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보편적으로 불교 교리 강습이나 선 체험, 108배 등의 불교 수행에 대한 방법들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이러한 불교의 템플스테이는 신자는 물론이며,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템플스테이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고, 이웃 종교인이나 무종교의 일반인들조차 한가롭고 고요한 사찰의 이미지에 매료돼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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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2.09.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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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원기4년, 기미 3월 방언공사가 끝나고 소태산 대종사가 아홉 분 단원에게 명하신 특별기도. 기도는 ‘밤 10시부터 12시 정각까지’, 각각 시계를 가져서 ‘기도의 시작과 그침에 서로 분(分)이 틀리지 않게’ 한다. 장소는 각 단원의 분위(分位)에 따라 ‘중앙봉을 비롯해 팔방의 봉우리’를 지정했다. 10일에 한 번씩의 정례산상 기도를 시행하기 열두 번째 되는 날, 소태산 대종사는 다시 9인 단원에게 엄숙히 말했다. “그대들이 지금까지 기도해온 정성은 대단히 장한 바가 있으나 나의 증험한 바로는 아직도 천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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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원 기자
2022.08.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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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7월 4일에 보도한 기사 ‘신나는 여름, 산으로 바다로 훈련원으로 ‘가자 가자’’(본지 2080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독자들은 잘 몰랐던 훈련원의 현황을 알게 돼서 좋았다는 평가와 함께 안내와 홍보에 불친절한 교단에 대한 이야기가 전달됐다. 재가교도들이 개인의 휴양, 요양 또는 가족과의 특별한 시간을 계획할 때 우리의 시설과 콘텐츠를 이용하려고 해도 정보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각 교당에서 파악하고 전해주는 정보 역시 부족하다고 한다. 이용을 원하는 사람은 직접 시설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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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천 기자
2022.08.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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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용맹한 돌격대장 녹도만호 정운, 물길을 잘 아는 광양 현감 어영담, 믿음직한 순천부사 권준….”이순신은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려 백지에 적었다. 어떤 부하는 민첩했고, 누군가는 경험이 많으며, 또 누구는 신의가 있었다. 조선의 역사를 좌우할 한산대첩, 학익진을 그리며 영웅은 다 살려서 썼다.이 짧은 장면이 영화 속 이순신(박해일 분)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방식 중 하나다. 그때까지 영화는 원균(손현주 분)을 비롯, 이 위기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해의 수문장들이 다 모였지만, 능력도, 의견도 제각
기자의시각
민소연 기자
2022.08.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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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다른 종교 언론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많이 오는데요, 다 안 했어요. 그런데 원불교신문이라고 해서… ‘원불교’니까 오시라고 한 거예요.”한두 달 사이, 취재를 위해 만난 한 이웃 종교인과 원불교 바깥의 어느 장인에게서 똑같은 말을 들었다. ‘원불교니까.’ 짧은 다섯 글자의 여운이 길다. 덕분에 시간을 거슬러본다. 언론기관에서 활동한 지 10년. 그간 수많은 이웃 종교인들과 원불교 바깥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원불교 잡지사인데요” 또는 “원불교 신문사인데요”라는 소개와 함께 취재(또는 인터뷰) 요청을 했을
기자의시각
장지해 기자
2022.07.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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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원기28년 소태산 대종사 열반 후 총부 성탑을 조성해 성해를 모시기 전까지 임시로 비석을 세워 성해를 모셨던 곳이 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곳을 금강리 수도산으로 알고 있다. 이나 등 교단의 공식 문헌들을 보아도 그 같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 기록들은 잘못된 기록이다(물론 이 기록들은 고증되기 전 기록들이다).소태산 대종사가 임시로 안장됐던 장소는 금강리 수도산이 아니라 신흥리 장자산이다. 이 고증도 원기88년 5월 본지()에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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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2.07.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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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전화벨이 울린다. 교당 교무님의 전화다. 무슨 용건일지 충분히 짐작되는 전화. 이틀 전에도 전화를 주셨다. 교무님은 분명 교도님이 놓고 가신 반찬을 나눠주실 터다. 시골로 이사한 지 3년 만에 교당을 옮겼다. 연원 교당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법회 출석이 쉽지 않았다. 매주 단장님의 알뜰한 챙김이 있어 그나마 영상법회라도 참석했지만, 뭔가 허전했다. 집 가까운 교당으로 옮기고 나서, 이제는 퇴근길에 교당 들르는게 예삿일이 됐다. 지난주 교화단회는 또 다른 감상이 든다. 원로교도들의 교화단회가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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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원 기자
2022.07.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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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상쾌하고 다부진 마음은 스무 걸음만에 사라졌다. 아, 이렇게 빨리? 하는 순간 발뒤꿈치에서 찌릿 통증이 올라온다. 때는 2001년,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의 국토대장정 첫날이었다. 위기는 2일 차 아침이었다. 무려 20대 초반이었지만 사지는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모두 피노키오가 되어 절뚝거렸다. 발의 물집이 성가셨고 허벅지가 쓸렸고 땀으로 앞이 안 보였다. 셋째 날 쯤 되니 그나마 길 모양이 보이고 밥 때에 배가 고팠다. 좀 걸을 만 해진 건 4일째였다. ‘하이고 힘든 거 다 겪고 멈추셨네!’ 양원석
기자의시각
민소연 기자
2022.06.30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