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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이 겨울은 눈이 깊어, 법락 짓는 창 너머 새벽 눈발이 흩날렸다. 낮밤도 모르게 마름하고 수놓다 보면 희부옇게 동이 텄다. 작업대에 해가 들면 금빛 일원상이 반짝거렸다. 금실로 한땀 한땀 꿰기를 2천번, 바늘로 원을 16번 돌아야 일원상 하나가 완성된다. 텅 빈 일원상을 바느질로 채우는 사상선의 시간. 어떤 수(繡)는 전체를 그리기도 하고, 어떤 수는 그 안을 채우기도 하며, 또 어떤 수는 매듭을 향하기도 한다. 한 땀에 참회요, 한 땀에 수행, 한 땀에 보은을 징근다. 세상 하나뿐인 ‘법락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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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3.01.2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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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사진은 순간입니다. 0.01초 안에 기록되는 모든 것이 영원한 역사로 남죠. 그게 사진이고, 그 일을 하는 이가 사진작가예요.” 짧은 한 마디에 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프로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모두 표현된다.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 사람들의 희로애락 그리고 그 사연을 담는 일. 아마 세상의 모든 사진작가들은 이를 사명으로 알 것이다. 그런 사진작가로 평생을 살아온 김준섭 교도(금산교당). 그에게서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기운이 느껴진다. 돌 된 아이부터 환갑의 어르신, 때론 아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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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3.01.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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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자, 42.195㎞에서 가장 큰 위기가 30~35㎞다. 지방을 다 태우고 탄수화물까지 다 태운 상태라 너무 힘들지. 70%를 오고도 대부분 여기서 포기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트레이닝복을 입고 런닝화를 신은 아이들이 일순 조용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에겐 아직 어려운 퀴즈. 잘 뛰기만 하면 될 줄 알았건만 한필석 감독(법명 원종·영등교당·익산시 육상연맹 부의장)은 반복해서 질문을 던진다. 단지 ‘좀 달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 육상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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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3.01.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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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관심 있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 ‘밥 먹었어?’, ‘오늘 기분 어때?’ 가 아니다. 정답은 ‘날씨’다. 만약 눈 소식, 비 소식을 전한다면, 그 상대를 좋아할 확률은 무려 7.3배나 높다. “내일 눈 온대”, “오늘부터 춥다니까 옷 따뜻하게 입어.” 상대는 날씨를 말해도 나는 관심과 안부로 듣는 우리끼리의 마법. 그래서 그 흔한 날씨 얘기에 우리는 수줍은 연정을 실어보내곤 한다. 어색한 사이, 대화를 부드럽게 시작하는 ‘스몰토크’로의 주제로도 날씨는 으뜸이다. 김성균 국립기상과학원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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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2.12.2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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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원기93년(2008) 6월 대구교도소.육중한 철문을 몇 개나 지났을까, 드디어 상담실에 도착했다. 곧 스물아홉살 사형수를 만날 참이었다. 6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마였다. 희생자도 많고 죄질도 나빠, 그 흉악범 이름을 세상 천지가 알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머리에 뿔까지는 없어도 퍽 험상궂으려니 싶어 눈을 부릅떴다. 다시 철문이 열리고, 사형수가 들어왔다. 순하고 평범한, 여느 20대 청년의 얼굴이었다.“다른 사람이 잘못 왔나 싶었습니다. 그냥 지나다니며 보는 얼굴이에요. 그날 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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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2.12.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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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해봐! 너도 할 수 있어! 용기를 내면 돼!” 응원을 들은 여섯 살배기 아이가 뜀틀을 향해 뛴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해내지 못할 줄 알았던 그 벽을 넘은 후 벅찬 마음에 환하게 웃는다. “선생님, 제가 넘었어요!” 아이의 웃음에 선생님도 기뻐한다. 4세부터 7세까지, 영유아와 어린이들에게 그는 영웅이다. 첫인상부터가 밝은 웃음이었던 김대진 교도(장유교당). 그는 영유아와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생활체육 선생님으로, 때론 어린이 학예회지도자, 그리고 원불교 교도로서 교구의 신임을 톡톡히 얻고 있는 레크리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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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2.12.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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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그의 명함이 낯설다. 방쿤(BKOON), 스마트폰연구소 대표, 스마트폰 사진강사. 본명 방현수(법명 명환·사직교당)보다 잘 알려진 ‘방쿤’이라는 이름. 그는 세상에 없던 직업을 만들어낸 최초의 사람이며, 하나의 콘텐츠를 강의와 책, SNS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하는 멀티플레이어다.과학고에 입학하고 나서야 이과 적성이 아님을 깨달았다. 휴대전화도 없었던 기숙학교라 도무지 할 게 없었다. 그가 찾은 답은 바로 책. 고등학교 3년간 읽은 책이 600권에 이른다. 오늘은 문학, 내일은 경제, 모레는 종교…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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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2.12.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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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이것은 아주 보통의 가족 이야기다. 누구는 아프고, 누구는 사고를 치고, 또 누군가는 실패한다. 이는 개인의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 가족 모두의 문제가 된다. 흔히는 부끄러워 숨기고, 싸우고 원망하며, 서로를 모른 척도 한다. 당신에게는 가족이 안전하고 따뜻한 낙원인가. 누구나 자신만의 지옥 하나를 안고 산다. 여주교당 박성원·윤보현 부부(본명 박정배 ㈜세종D&L 대표·윤성희) 가족 역시, 가족 안에 아픈 손가락이 있다.또한 이것은 아주 특별한 가족 얘기다. 사돈에 팔촌까지 뒤져도 원불교와 인연 없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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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2.11.2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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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한사코 고사하려던 인터뷰에 마지못해 응해줬다. “제가 한 일도 없는데 취재한다고 하니 부끄럽네요. 안 하면 안될까요?” 그렇게 몇 달을 계속 미뤄 오다가, 그래도 교단에서 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어떤 일이든지 합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응했다고 했다. 김원요 원친회장(이리교당)은 그의 부친(문산 김정용 종사)에게 항상 공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지도받았다. 선공후사(先公後私). 마음에 새겨진 아버지의 말씀 덕분에,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마음이 깊었다. 그런 다짐에서였을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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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2.11.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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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영웅 이순신은 가장 큰 위기를 가장 큰 승리로 이끌었다. 그와 묶어 부르는 류성룡은 최고의 문신으로 경제·군사 전략가로 활약했다. 류성룡은 이순신의 전라좌수사 승진을 천거했고, 이순신은 류성룡의 전략을 알아보고 귀히썼다. 어릴 적부터 성품과 강점을 잘 알아온 3살 차이 동네친구, 역사를 바꾼 우정이었다.중구교당 김정상 회장(김경환 ㈜에이치비티 대표)과 김정석 부회장(김금희 ㈜우윤파트너스 대표)도 3살 차이다. 한양대 81학번과 84학번, 김 회장은 이과 공대생, 김 부회장은 문과 법대생이었다. 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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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2.11.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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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지그시 누르다 뗀다. 가볍게 밀었다 놓는다. 활로 켜지 않고, 몸통에 밀어붙이지 않는다. 현에게 손가락이 먼저 묻고 문안하듯 슬며시 다가간다. 가야금은 그제야 긴 몸을 내준다. 소리는 귀를 지나 목울대로 스며든다. 격정이나 비탄으로 억지로 끌고가는 법 없이, 초롱을 들고 사뿐사뿐 앞에서 걷는다. 긴 현이 손가락을 맞아 소리를 만들고 이를 사람만한 몸통이 울려낸다. 열두 현 위를 열 개의 손가락이 넘실넘실 드나들며 공명을 만든다. 그래서 이 악기는 ‘치’지 않고, ‘켜’지 않으며, ‘뜯’지 않는다. 가야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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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2.10.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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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돌아보면, 오래된 서원 하나가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원불교다운 건축물, 원불교의 표준 건축물을 지어보고 싶다.’ 그런데 몇십 년 후 정말로 그 기회가 주어졌다. 여러 차례 고사하다 결국 맡게 된 일에 감선진(본명 진성) 원남교당 건축위원장(이하 위원장)은 5년여간 그야말로, 전심전력했다.“사대문 안에, 고건축과 현대건축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원불교에 걸맞는 교당이 될 거예요.” 감 위원장은 10월 30일 봉불식을 앞둔 원남교당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곡선미를 살린 현대건축과 한옥이 함께 어우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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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해 기자
2022.10.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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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어느 날 장인어른이 제게 ‘어떤 의사가 되고 싶냐’고 물으셨어요. 저는 명의(名醫)보다도 신의(信醫), 믿음이 가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김윤상 원광대학교 산본치과병원장은 모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또한 모두가 자신을 믿어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누군가의 불편함을 알아주는 사람, 환자를 헤아려보는 마음에서부터가 치료의 시작이라 믿고 있다. 대를 이어온 공심가 집안의 자손원불교의 역사와 함께한 집안이었기에 그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원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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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2.09.3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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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이생에는 몰라서 못 했지만, 다음 생에는 꼭 전무출신으로 살고 싶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님의 가르침으로 살아온 삶이라서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소박하지만 굳건한 서원으로 살아온 세월이었다. 김자선 교도는 군남교당에 인연이 돼 한평생 군남교당을 떠나지 않고 그 터를 지켜온 교당의 어른이면서, 공부인으로 모든 이들에게 표본이 되어왔다.군남교당의 교도들은 그를 “가장 모범적인 신앙·수행의 생활을 하시는 어른”이라고 칭한다. 가족들을 정성으로 감화시켜김 교도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연으로 군남교당과 인연이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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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2.09.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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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요?”“아이고 고향사람도 못알아봐요?”“고향 어딘디?”“고창이요 고창.”“아이고 고창사람이고만. 반가워라.”“우리 고향사람끼리 산책할까요?”고창사람이 되어 어르신과 중정을 도는 박종현 사회복지팀장(정토회교당). 이 어르신에게 어제의 그는 직원이었고, 그제는 친구였다. 또 내일은 누구로 만날지 모를 일, 치매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원광실버의집의 일상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는 정성심“치매는 보통 최근의 기억부터 잃으니, 옛 일은 또렷하죠. 최대한 많은 정보를 꼼꼼히 외우고 있어요. 문득 낯설어하실 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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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2.09.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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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어느 교당 저녁 온라인 염불선방이 그렇게나 붐빈다고 했다. 교도들 단체 카톡방에 평일에는 법문이며 공부를 나누고, 주말에는 교리퀴즈 같은 미션을 한단다. 단 활동도 짱짱해서 출석 뿐 아니라, 공부는 얼마나 하는지 기도는 했는지도 다 챙긴다고 했다. 소문의 주인공은 서울교구 강동교당. 비결을 물으니 다들 한 사람을 가리킨다. 누구나 ‘우리 막내딸’이라 부르는 교당 귀염둥이, 할머니(故 최형만 교도)부터 조카까지 4대를 잇는 일원가정,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바지런함으로 공부 교화 다 잡는 교화기획분과장.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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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기자
2022.08.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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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합창은 서로의 목소리를 모아 다양하면서도 하나의 소리로 맞춰가는 예술입니다. 구성원으로 자력을 키워 제 몫을 해내면서요.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라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혼자만 튀어서도 안 되죠.”조대근 합창지휘자(분당교당)는 다른 예술문화 분야와 구별되는 합창만의 특징을 강조했다. 조화롭게 하나의 소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역량을 다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 그랬을 때 비로소 합창이라는 장르의 음악이 시작된다.“합창을 위해 필요한 첫 시작이 바로 ‘같이’와 ‘함께’라고 말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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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2.08.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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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이탈리아에서,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한 달간의 출장 중이었다. 아버지는 가쁜 숨으로 또렷이 말했다. “네가 하고 있는 일이 원불교에 가장 필요한 일이다. 교단이 너를 다시 부를 때 두 마음이 없이 해라.”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가슴에 와서 박혔다.몇 년 후, 청소년국 직원이 그를 찾아왔다. 알고보니 어머니가 원불교 영상공모전에 그의 이름으로 작품을 낸 것이었다. 그는 깊이 듣지도 않고 하겠다 했다. 아버지에게 올리는 대답이었다. “불이 발등 아닌 등에 옮겨붙었다”원불교 뉴미디어 교화의 키를 잡은 종합미
여기, 은혜로운 당신
민소연 기자
2022.07.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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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찾아가는 문화법회 ‘풍류로 건졌쇼(Show)’를 선언, 전국 각 교당을 방문해 교화 조력에 나서겠다는 깜짝 발표가 있었다. 원불교 아이돌, 슈퍼출가스타로 알려진 김성곤 교무. 그가 전국교당 투어 공연을 벌여 각 교당 교화성장에 힘을 보태겠다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청소년교화나 군교화 활동을 통해 이미 많은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려왔던 김 교무, 이번 도전 소식을 접한 전국 교당에서는 앞다투어 러브콜을 보내왔다. 이미 올해 12월 말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이같이 뜨거운 반응에 김 교무는 자신감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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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2.07.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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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천일기도는 회향했지만, 그 이후로도 서원다짐의 아침기도는 그의 일상이 됐다. 덕산 조도전 한실교당 교도회장은 매일 새벽 좌선과 함께 기도를 올리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교당주관 천일기도 시간에 맞춰 집에서 2년 반.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가족들에게도 권하며 지금까지 정성을 들이고 있다.그 정성에 가족들도 함께 공부심이 살아났다. 교당 주무인 그의 부인도 일과를 공부삼아 남편과 함께하고 있고, 멀리 타지에 떨어져 생활하는 자녀들도 이제 교당에 인연이 돼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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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경 기자
2022.07.07 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