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원 기자
이여원 기자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교당 단체톡이 울린다. 이어지는 단장님의 전화. 강추위에 눈이 내려 시골 곳곳이 빙판길. 차량운행도, 보행도 염려스러워 교당 법회를 가정법회로 전환한다는 긴급 안내다. 시골교당에서는 연세 많으신 교도님들의 겨울철 보행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니, 긴 공지글에 안전 당부와 염려스러움이 가득 담겨있다. 

세밑 한파다. 한 해의 끝자락을 하얗게 덮는 눈(雪), 차도 사람도 잠깐 멈추게 한다. 덕분에 마음도 멈추고 챙겨보는 시간이 주어진다. 임인년 한해, 개인적으로 마음 안에 새겨보는 올해의 키워드는 ‘각자 다른’ 우리. 

삶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빛을 내뿜는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듯’ 우리의 시간은 어쩌면 각자 다르게 흐른다. 이런 관점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일은 삶의 또 다른(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심히 좋아하고 싫어하는 경계에’ 마음이 여전히 동하고, 세상의 아픔은 외면한 채, 순간의 감정이나 설움에 사로잡힌 나를 바라보며 옅은 공부심에 좌절할 때가 많다. 이는 현재도 진행형이지만, 진급의 한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행착오를 지혜롭게 수정해가는 과정을 묵묵히 지날 뿐이다. 그 자체로는 잘못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다만 필요한 것은 내면의 힘을 기르는 ‘꾸준한’ 정진심.

소태산 대종사는 <정전> 수행편에 염불과 좌선 등 수행을 오래 하면 그 힘으로 얻게 되는 공덕(功德)을 밝혀주셨다. 정신을 잃을 만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중심이 잘 잡혀 판단이나 감정이 여기저기로 휩쓸리지 않는다. 이러한 균형 잡힌 상태를 쇠로 된 기둥(鐵柱)의 중심, 돌로 된 외벽(石壁)의 표면과 같다고 비유한다. 

내면의 힘이 길러지면 쉽게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고, 아집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즉 경거망동하지 않게 된다. 또 눈 앞에 닥친 문제를 전체 속에서 침착하게 바라볼 줄 알게 되고 일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육근동작에 순서를 얻는 것이다. 진급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이 공덕을 어찌 포기할까.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는’ 이치를 알아 행하는 공부길에 ‘각자 다른’ 우리는 모두 ‘나’로서의 꽃봉오리를 하나로 피워낼 터다.     

요즘, 화두처럼 주어진 내 안의 질문이 있다. ‘생멸없는 나는 누구인가.’ 능히 요란하고 능히 고요한 나, 능히 어리석고 능히 지혜로운 나, 능히 옳고 능히 그른 나는 누구인가. 나 스스로 답을 얻어야 한다.

송년에, 공부길 함께 걷고 있는 도반과 스승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 마음, 좋아하는 성가 ‘입정의 노래’에 담아본다. ‘없고 없고 없는 마음 그대로 그대로.’ 

[2022년 12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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